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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세상을 보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저, 쇼펜하우어 역

세상을 보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저, 쇼펜하우서 역




학장 시절에 쉬는 시간만 되면 뛰노는 아이들과 뭔가 허겁지겁 눈치보며 먹는 아이 또는 교과서에 낙서를 하거나 야한 잡지를 몰래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아이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한 아이가 있었다. 쉬는 시간마다 자리에 다소곳이 앉아서 책을 보던 아이였다. 무협지나 만화책이 아닌 헤르만 헤세, 괴테 등의 소설을 비롯하여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의 철학책까지 읽던 아이. 공부는 잘하지 않았는데 뭔가 그 아이만의 분위기가 있었다. 그 아이에게만은 싸움 꽤나 한다는 애들도 돈을 뺏거나 때리지 않고 존중을 해주었다. 


그 아이가 보던 즐겨 보던 책 중의 하나가 바로 '세상을 보는 지혜'였다. 왠지 나도 사고 싶어서 교보문고에 가서 바로 사서 읽어봤는데 당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책 내용 하나하나가 마음을 파고든다. 세상을 알고 난 후의 나이기 때문일까.


이 책을 가끔 읽는데 그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인생의 경험이 쌓일수록 내용이 더 와닿는다. 인간세상은 악하지도 않고 선하지도 않으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무덤덤하게 생각하려고 하지만 현실은 매우 냉정한 법이다.





◆ 세상을 보는 지혜 ◆



- 지은이 : 발타자르 그라시안

- 엮은이 : 쇼펜하우어

- 옮긴이 : 박민수


"냉철한 이성을 가져야 한다."



발타자르 그라시안(1601~1658, 스페인)은 18살 때 당시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었던 예수회 수도사로서 작가이자 철학자로 활동하였다. 예수회와의 충돌과 갈등이 생길까봐 자신의 형제 이름 등을 이용하여 출간하였다.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대단하게 보지 않았으며 오히려 인간을 비관적으로 바라본 것 같다. '세상을 보는 지혜'는 이기적이고 변덕스럽고 사악하며 천박한 인간들 사이에서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그들 속에 살아야하는지를 냉철하게 가르쳐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책을 한마디로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방법'을 말해주는 책이다. 그것도 아주 리얼하게 얘기를 해준다. 냉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세의 기술과 요령을 알려주는 권모술수의 책같다.



책 본문 내용 몇가지를 소개한다.


- 사람들이 그대에게 종속되도록 하라. 우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도금장이들이 아니라 숭배자들이다. 현명한 자는 사람들이 그에게 감사하다고 해주기 보다는 그를 필요로 하기를 원한다.


- 윗사람을 이기려 들지 마라. 우월한 모든 것은 미움을 받는다.


- 사람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갖게 하지 마라.


- 남을 빈정거릴 줄 알라. 이것은 사람들과의 교제에서 가장 미묘한 문제이다. 빈정거리는 말은 종종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기 위해 내뱉어진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가장 은밀하게, 그리고 가장 효과적으로 탐색할 수 있다.


- 생각은 소수와 함께, 말은 다수처럼 하라.


- 꺾을 수 없는 용기를 지녀라. 죽은 사자의 갈기는 토끼도 뜯을 수 있다.


- 남에게 하소연하지 마라. 하소연은 언제나 우리의 명망을 헤친다.


- 혼자 현명하기보다는 모두와 함께 바보가 되라. 정략적인 사람은 그런 태도를 취한다.


- 아픈 손가락을 보이지 마라. 그러지 않으면 모두가 그곳을 찌를 것이다.